2025년 1학기 사회문제론 기말

사람들은 오랫동안 ‘성장’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왔다. 성장은 곧 진보였고, 진보는 곧 풍요였다. 한국 사회 역시 고도성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고, 산업과 기술의 발달로 세계적인 경제국가 반열에 오르며 더 많은 전력, 더 빠른 교통,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의 이면에는 침묵해온 대가가 있었다. 바로 환경의 침식이다. 강은 흐름을 잃고, 공기는 날숨이 되어버렸으며, 땅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는 공간이 아니라 폐기물을 묻는 구덩이가 되었다.

한국의 산업화는 단기간 내 자본과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환경은 철저히 도외시되었다. 환경정책은 개발논리의 들러리로 전락했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국제사회 눈치 보기 차원의 외교 레토릭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라 불리는 현시대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며, 우리가 만든 위기가 되돌아왿� 인간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구 밀도왿� 도시화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로서, 환경문제왿� 기후위기의 복합적인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폭염은 도시의 노년층을 직접 겨냥하고, 집중호우는 저지대 주거지를 파괴하며, 미세먼지는 아이들의 폐 속에 천천히 쌓여간다. 더 이상 환경문제는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복지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 생존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제는 삶의 조건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기술 중심주의에 갇혀 있다. 탄소포집 기술, 전기차,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가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정작 그것이 실현될 지역의 주민이나 그 기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논의에서 빠져 있다. 즉, ‘기후 기술’은 있지만 ‘기후 정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