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문학으로 서울 읽기

가. 서론

계량화왿� 수치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문학으로 도시를 분석한다는 것은 농담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최신판 지도왿� 나침반, 슈퍼컴퓨터보다도 도시에 대한 공부를 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발터 벤야민은 “도시를 지적으로 면밀하게 조사하기보다,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담겨 있는 꿈과 희망의 과정들을 탐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심승희,『서울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 나노미디어, 2004, p. 7.
”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서울 이야기를 하기에 문학 작품은 가장 적합한 소재이다. 어느 정도 버젓한 작품 자체의 깊이도 갖추고 있으면서 서울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세세히 담은 작품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은 작가를 찾다가, 우리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부담 없이 읽히는 신경숙을 택하게 되었다. 신경숙은 서울 태생은 아니지만, 중학껓를 마치고 서울로 상경하여 현재까지 종로에 살면서 서울과의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 작가이다. 또한 그는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체험으로 짊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햇살이 비치는 그늘의 반대편까지도 포착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 글에서는, 신경숙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외딴방》과《바이올렛》에 주목하였다. 이 두 소설에서 살아 있는 서울 이야기를 가장 풍성하게 거두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딴방》을 통해서는 유신 말기 서울의 단면과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바이올렛》에서는, 90년대 종로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모습과 함께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경숙의《기차는 7시에 떠나네》분석으로 미래의 서울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담아 보았다.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서 서울은 고향과 대비되는 공간, 삭막하고 몰개성적인 공간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이 앞으로 한층 긍정적이고 밝은 공간으로 그려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신경숙의 작품에서 찾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