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되는 삶들 - 지그문트 바우만

1. 들어가기
`10대 90`의 사회란 말은 지겹도록 들었다. 사회 각 분야의 속도를 비교해 놓은 토플러의 글을 읽으면, `과연 난 몇 마일짜리인가`하는 우려도 든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 <Wasted Lives: Modernity and its Outcasts>는, 이런 뒤쳐짐에 대한 우려를 한층 구체화시키며,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처참히 깨트린다. `Wasted Lives`는 `쓸모 없어진 삶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단지 필요 없어진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 걸음 나아가, 아직 쓰레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언제가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운 현실을 다룬다.
저자인 바우만은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대표적인 탈근대 사회학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이름 정도만 들어봤을 학자이다. 작년에야 번역된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 그는 현대를 "과잉, 잉여,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처리의 문명"이라고 규정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네 장에 걸쳐 질서 구축 과정, 경제 발전, 지구화가 어떻게 `쓰레기`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문화가 어떤 기능하고 있는지를 인간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다. 이 글은 책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재구성한 후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는 형식으로 적고자 한다.

2. 쓰레기가 되는 삶들
인간이 쓰레기?
바우만이 말하는 쓰레기는 `잉여인간`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말 그대로 - 근대의 구축 과정에 의해, 자본주의에 의해, 지구화에 의해 - `버려진` 삶들이다. 20세기에 산업 쓰레기가 쏟아졌다면, 21세기엔 인간쓰레기가 처치 곤란하게 넘치고 있다. 오늘의 새로움이 내일의 폐기물이 되는 현대에, 그 변화왿� 빠름을 조금이라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어느 새 경계선 밖으로 배제되어 쓰레기로 분류된다. 점점 속도를 내며 달리는 진보라는 기차에 탑승을 성공하는 소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는 그나마 "차바퀴에 깔려 완전히 박살나지 않으면 다행"인 셈이다. 제한된 좌석 수는 승객들의 수요에 턱 없이 모자라며, 그렇기에 "승차는 언제나 선별적이었다." 엄격히 그어진 경계선과 높은 장벽 밖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잉여인간이라고 분류한다. "잉여란 여분, 불필요함, 무용함을 의미한다." 즉 아감벤이 말하는 `호모 사케르`왿� 같은 인간이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