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한국 외로운 한국>을 읽고

글쓴이는 ‘한국관’이란 말을 던지면서 글을 시작한다. 신경 써서 주석을 달아주지 않으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한국관’이란 말은 낯설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타국의 사람들도 대한민국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낯선 주제를 찾아나간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한국이 유럽에 처음 알려질 무렵 내가 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이 당시 그들의 눈에는 어떤 식으로 비춰졌을까.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 낯선 나라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한국에 대한 소소한 내용이나마 언급을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덜어줘야 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처음으로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은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로 활동하던 마르티노 마르티니였다. 이지은, 『왜곡된 한국 외로운 한국』, 책세상, 2006, p39.
그리고 같은 선교사인 아담 샬, 그리고 풍문이나 중국의 기록, 혹은 좁은 통로를 통해 한국에 관해 말 그대로 소소하게 소개한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13년간의 한국 억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직접적으로 소개한 헨드릭 하멜 등이 뒤를 이어 초기 한국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칠 자료들을 제공한다. 물론 이전에 ‘소문’을 이용하여 떠돌던 한국에 관한 내용은 이보다 훨씬 방대하겠지만 말이다.
이후 직접적인 한국 방문을 통해 한국을 저술한 글이 많아지지만 이는 이미 형성된 한국관을 깨는 통로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전의 한국관을 충실히 반영한 형태의 글로 채워져 결과적으로 이전의 왜곡된 한국관을 더욱 곤고히 하는 작용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마침내는 국권피탈의 상황을 초래하는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역사적인 현실로 나타난 1910년의 한일병합은 300년에 걸쳐 생성된 한국관이 만들어낸 결과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지은, 위의 책, p20.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국내의 관점에서가 아닌 유럽인의 시각이라는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 나가는 일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