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랿� 무엇인가(한스큉)

교회는 성직자 중심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백성이다. 교회를 성직화해서는 안된다. 언제 어디서나 교회는 온 하나님의 백성이요, 온 에클레시아이며, 온 신앙인 공동체다. 모두가 선택된 민족이요, 왕 같은 사제단이며, 거룩한 백성이다.(벧전2:9) 하나님 백성은 모두가 부름을 받았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화되었으며 성령에 의하여 성화된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두가 교회 안에서 동등하다. 그리고 이 하나님의 백성들은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통하여 믿고 순종하며 완전한 사랑으로 헌신하라는 요구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모두가 교회 안에서 동등하다. 물론 하나님 백성 안에도 구별은 있고 또 그것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기본 동등성이다.
교회가 참으로 하나님 백성이라면 어불성설인 것은 “교회”를 “평신도”왿� 구별하여 마치 평신도는 완전한 의미에서 “라오스”(백성,laos)가 아닌 양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직자 위주의 그릇된 교회관이다. 이렇게 되면 교회는 직간접적으로 -의무는 몰라도 적어도 권리왿� 특전에 관련하여 - 성직자왿� 동일시되고 만다. 신약성서에서 “라오스”라는 말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하여 그처럼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라이코스”(laikos), 즉 “평신도”(문외한, 국외자)라는 말이 전혀 없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아닌가. 그것은 이교도들에게는 “무식한 대중”이라는 뜻이요. 유대인에게는 사제나 레위가 아닌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말을 어떻게 에클레시아에 해당하는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신약성서에서는 비단 한 부류만이 아니라 모두가 “선택된 자”로, “성도”로, “제자”로, “형제”로 불리고 있고 모두가 오직 한 주님, 오직 한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신약성서에서 - 이미 구약성서에도 마찬가지이다 - “라오스”라는 말은 공동체 내부의 사제들(성직자)과 백성들(평신자, 교도)과의 구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모든 백성이 단일한 공동체로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따라서 그것은 외부왿�의 구별, 즉 (온)하나님 백성과 “하나님 백성이 아닌 사람들”인 “세상”과의 구별을 뜻한다. “성직자” “평신자”의 구별이 확정된 것은 3세기 이후의 일이다.
물론 신약성서의 하나님 백성 안에도 카리스마, 봉사활동, 직분, 기능들과 같이 구별해야 할 기능 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구별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그것은 결코 “라오스”나 “라이코스”냐로 표시되는 것이 아니며 기본 동등성에 비하면 이차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