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난, 뫼르소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나는, 이젠 조금 아득한 기억이 되어버린 그 어느 날을 기억해보려 한다. 그 날은 친할머니의 장례가 있는 날이었다. 슬픈 빛이 완연한 아버지 얼굴이 오래된 검은 양복 덕에 더 두드러져 보이던 그날. 나는 아버지께서 어깨에 얹고 계신 비애의 무게감에서 어떤 거역할 수 없는 엄숙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아버지를 따라 장례식 장으로 향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장례식장이 위치한 병원에 도착하자 어스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무거운 발걸음을 따라 식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안에서 희미한 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리 도착한 사촌들의 통곡소리였다. 나는 사촌들의 울음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가까스로 그들이 진정하자, 나는 그 기회를 틈타 분향을 하기 위해 할머니의 영정 사진까지 다가갔다. 분향을 할 것인가 꽃을 놓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꽃을 놓았다. 분향을 하든 꽃을 놓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진 속 할머니의 웃음은 어쩐지 이질적이었다.
나는 그런데, 할머니의 사진을 목도하는 순간에 도대체 눈물 한 방울이 나지 않았다. 그때 나를 지배하고 있던 건 은은한 향냄새왿�,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촌 누나들의 훌쩍이는 콧소리왿�, 큰아버지들의 낮은 속삭임과, 어디선가 울려오는 윙윙거림이었다. 나는 냉혈한인 걸까? 나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고 고개를 숙인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인적이 드문 식장 밖 구석으로 가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나는 단지 한 모금의 담배 연기가 그리웠다. 멍하니 담배를 입에 물고 할머니왿�의 추억을 생각해보려 애썼다. 그런데 도무지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나는 할머니왿� 수년간 뵙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오직 아득한 몇 년 전의 명절날, 할머니께서 내게 내미신 손길에 어색함을 느낀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