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바��데기`를 읽고

“나는 경험을 통해서 글을 쓴다, 경험을 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 글이 떠오른다.” 국민작가로도 불리는 황석영은 자신을 ‘경험의 시인’이라 자처한다. 태어나자마자 8.15 광복, 초등학껓 입학 후 6.25전쟁이라는 그의 다사다난한 인생사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행동했기에 감옥에 가는 등 온갖 고초를 받아야했던 그의 소설에는 항상 그가 살아왔던 시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4년만의 장편소설인 <바��데기> 역시 그러했다.
눈길을 끄는 고급스러운 장정 속 전체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황석영의 <바��데기>는 전통서사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하여 탈북여성 ‘바리’의 삶을 통해 현 인류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전반부는 바리 가족의 탈북과정에 대한 묘사를 통해 탈북민의 고통과 절망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중반부에서는 그 후 중국 국경 마을에서 혼자가 된 후의 바리를, 후반부는 밀수 배에 잡혀가 영국에 정착하게 된 바리가 사람의 전생을 파악하는 영매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바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반도왿� 전 세계 근현대사 속의 폭력과 전쟁, 테러를 우리네 민중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권력의 다툼,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우리들이 그 역정의 세월을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를 주제로 몽환적이면서, 또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네.”
책의 첫 장에 있는 진도아리랑의 서글픈 구절은 <바��데기> 속의 참으로 많은 근심들을 함축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들이 정말 별것 아니라는 위안을 줄 만큼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느꼈다. 책 전체의 절망적인 분위기는 등장인물이 소개될 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