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신의 페드르 연구

3.3. 인물 분석

3.3.1 이폴리트

“나는 고대인들의 책을 통해 에우리피데스가 이폴리트라는 인물을 마치 어떤 결함도 없는 현자로 묘사하였다고 비난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 젊은 왕자의 죽음이 연민보다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페드르의 명예를 배려하느라고 그녀의 죄를 폭로하지 않은 채 박해를 받은 한 영혼의 위대성을 전혀 손상치 않으면서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약간 죄 있도록 만드는 어떤 약점을 그에게 부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페드르》- 서문, 심민화 옮김, 133쪽


위의 《페드르》의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신은 유리피데스의 이폴리트처럼 그에게 순수한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당시 17세기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사랑의 정념에 사로잡힌 인물로 나타고자 하였다. 이폴리트의 약점을 드러내기 위해 금기시 된 아리시왿�의 사랑 이야기를 첨가하였는데,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내린 비극의 주인공의 성격에 입각한 약점을 갖게 하였다.
라신의 이폴리트는 처음에는 사랑에 대하여 회의적인 인물이었지만, 후에 아리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통해 나타나는 그의 성격변화를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아리시 공주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은 아버지처럼 전쟁에서 공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랑에 빠질 권리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사랑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데, 이것은 사랑의 정념에 사로잡힌 이폴리트의 늠름하던 예전 모습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테라멘 : 요즘, 전처럼 자주 뵐 수 없더군요.
거만하고 거칠게 날아갈 듯 해변에서 전차를 몰거나,
넵튠이 고안한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재갈물린 거친 준마를 길들이는 모습을 말입니다.
숲에서 우리의 함성이 울리는 것도 뜸해졌고요.
비밀스러운 사랑의 불 때문에 두 눈이 몽롱해지셨어요.
틀림없습니다. 사랑하시는 겁니다. 불타고 계세요.
숨기시는 병으로 인해 죽을 지경이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