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보고서 - 기독교 초대교회 형성사

한 분야에서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다. 그 분야를 이해하고 그 속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통과의례왿� 같은 것이기에 그 만남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신학에 있어서 불트만의 위치는 그 어떤 신학자에 비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절대적 느낌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식비평을 통한 성서해석방법론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그러한 해석방법론을 통해 성서를 실존론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성경과 나,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려주려고 하는 그의 시도는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신약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철학적, 조직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학을 전개함으로써 신학의 다른 분야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봉우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허혁 교수가 번역한 이 책 역시 루돌프 불트만이 왜 대가의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초기 기독교가 형성될 당시 고대 근동에 존재하고 있던 다양한 종교적 현상들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초기 기독교가 어떤 영향 속에서 형성되었고, 나아가 초기 기독교를 형성했던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기독교의 형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저술을 함에 있어서 그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초대기독교를 고대 종교사의 완성으로 경쟁자들에 대한 기독교의 승리 및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기독교의 우월성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어도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궁극적으로 역사가의 책임은 초대 기독교에, 인간 실존 이해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드러나 있는 실존이해를 묻는 것이다라는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타종교 혹은 다른 종교적 현상을 관찰함에 있어서 기독교 중심주의적 혹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기독교 제국주의적 시작을 포기하고 종교의 현상 그 자체를 직시하고 그 속에 담겨진 실존적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실존과 종교의 의미를 물으려는 역사가의 객관성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