깿�기덕 작가론

저예산 영화만을 고집하며 일관된 주제의식, 스타일리스트적인 영상미학을 보여주면서 매니아층을 양산해 온 깿�기덕 감독.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할 때까지 영화에 대해서 배우거나 본 적이 없다. 도리어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영화를 배우고 실험을 감행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추한 모습을 즐겨 다룬 그의 영화들은 찬사왿� 비난을 동시에 얻었다. 그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엘리트주의가 만연한 영화판에 뛰어들어 독보적이고 심지어 독특한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일구어낸 사람이다. 그 ‘독특함’은 이 땅의 주류 영화들이 철저하게 외면했던 소재왿� 주제들이 일관되게 스크린 위로 옮겨진다는 데 있다. 그의 작품에는 모두 본능과 욕정과 충동과 광기왿� 파괴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한 슬픈 얼굴들이 일렁인다. 내일이라도 당장 세상이 멸망할 듯이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들의 절박함이 그 안에 침잠해있다.
누군가는 그 악바리 같은 주인공들에게서 동정심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감독들이 외면하기만 했던 추악한 세계를 펼쳐 보였던 깿�기덕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별 이유 없이 세상을 증오하는 그 악취미왿� 여성에 대한 육체적 훼손과 정신적 폭력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물론 깿�기덕 감독은 아주 지독한 탐미주의자이다. 그 영화들의 더러운 내용들에 역겨움을 느끼는 관객이라도 모든 영화에서 직접 아트 디렉터를 맡는 감독의 심미안과 영화의 빼어난 색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진부함이나 비유의 상투성까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에 소외되고 도태된 저시민들의 지리한 삶을 낱낱이 파헤치며 자신만의 예리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많은 영화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깿�기덕 감독은 매번 자신이 직접 각본, 연출, 미술을 담당하며 원초적이고 저열한 인간군상들을 표현하며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미학을 선사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를 ‘싸이코’나 ‘백해무익한 감독’이라고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