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발전의 조건인가

□ 마르크스적 시각
마르크스는 문화왿� 발전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의 의식을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하위개념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론은 실천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하고 실천은 이론으로 무장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이론은 의식이나 관념과 같은 정신세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물질세계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의식이나 정신 또는 더 나아가서 문화보다 물질세계, 즉 사회경제적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관심을 두는 인간 존재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사회 안에서 생산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사회적 존재이고, 생산관계는 우리의 의지를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조건을 이룬다. 그런데 우리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적 조건이라는 생산관계이다.
만일 우리가 부르주아지라면 부르주아지로서의 의식을 갖게 되고, 프롤레타리아라면 프롤레타리아에 적합한 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에 의하면, 정신이나 의식은 홀로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또 스스로 변화함으로써 개인이나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해 있는 계급관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계급관계의 변화가 의식 변화의 선행조건이라고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고 그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회는 하부구조왿� 상부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부구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제라고 부르는 물질의 영역이고 상부구조는 경제 외의 비물질적 영역을 의미한다.

하부구조왿� 상부구조의 관계는 동등하거나 상호의존적이지 않고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 물질적 토대가 형성되면 거기에 알맞은 정치제도, 법체계, 문화 등이 자리를 잡는 것이지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더욱이 하부구조의 생산관계를 반영하는 상부구조는 피지배계급에 대한 지배계급의 지배왿� 착취를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국가왿� 법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제도이고, 문화는 이런 지배를 정신적 측면에서 정당화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종교를 마르크스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맹렬히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