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댿� 대학생의 불안과 미래

유난히도 추운 2010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어느 여대생이 쓴 자보가 고려대 정문 앞에 붙어있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자보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한국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자보는 일종의 선언문이었다. 내용인즉 자신이 왜 대학을 그만둘 수 밖에, 아니 거부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자보의 주인공은 고려대학껓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예슬 양이었다. 그녀는 배움의 터전일 것이라고 믿었던 대학껓에서 더 이상 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에게 대학껓는 그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내는 상품화의 터전일 뿐이었던 것이다.
언론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대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주목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투정하지 말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녀가 실제로 자퇴를 했느냐 안했느냐를 두고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많은 대학생들이 그녀의 문제의식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녀가 느낀 대학에 대한 회의감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불안감에 대해 다수의 20댿�들이 공감한 것이다.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받고 취업이란 동일한 목표 앞에서 생각의 여유 없이 무작정 달리는 세대가 바로 나왿� 친구들의 세대다. 물론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도 많겠지만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전 세대에서도 경쟁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젊은이들이 경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시대도 있었고, 청년실업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은 요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이 펼쳐지는 장이 대학이라는 다소 성격이 다른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대학 내에서 펼쳐지는 경쟁과정 속에서 대학생들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경쟁의 논리가 대세를 이루게 되고 그 안에서 대학생들이 불안을 느끼게 된 것은 어떤 사유에서일까? 막연한 이야기지만 먼저 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꺼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