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의 만화문화

1. 들어가며... 일본 만화의 힘 속으로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믿을까? 10여 년 전의 아이들은 북한에는 늑대들이 살고 있고, 대통령은 착한 일만 하는 아저씨라고 믿었다. 정말이다. 그리고 더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그때 아이들은 <우주 소년 아톰>과 <들장미 소녀 캔디>왿� <미래 소년 코난>이 우리 나라 만화인 줄 알았다. 세상에, 정말 그랬다. 일본 선수왿� 권투 시합이 있으면 "죽여라, 죽여라" 소리 지르던 어른들조차 자식들이 일본 만화의 주인공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거짓말은 필요 없다. 이제 아이들도 북한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대통령이 죽을 죄를 짓기도 한다는 걸 안다. 아이들은 강백호의 본명이 `사꾸라기`인 걸 잘 알고, <오 나의 여신님>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기 위해서는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일본 만화는 이제 감추고 막는다고 사라질 대상이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대부분이듯, 일본 만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의 거의 전부이다. 이미 한국 만화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고, 불법 복제판만으로도 나올 만한 만화는 다 나왿� 있는 상태이지만, 일본 만화가 공식적으로 개방되는 내년 이후 만화 제국 일본이 한국을 얼마만큼 점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 만화의 침공은 비단 한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는 일본 만화로 초토화되어 있고, 탄탄한 자기 만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조차 <세라문>과 <드래곤 볼>의 공세 앞에 꼼짝을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폭력, 선정 일본 만화 물러가라`는 캠페인은 요란하지만 정작 `일본 만화`라는 분명한 실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세계를 호령하는 일본 만화왿� 애니메이션의 위세를 지켜보자면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은 참으로 놀라운 시대착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일본에서 한 해 나오는 만화는 21억 권, 그러니 쓰레기가 없을 수 없다. 분명 우리 청소년이 보기에 문제가 될 만한 일본 만화도 있다. 그러나 몇몇 쓰레기들 때문에 수많은 걸작들이 청소년들을 타락시키는 악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불태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