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괿�-고령화가족

1. 서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먼저 건네는가? 아마 대부분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은 하는 둥 마는 둥 방으로 들어갈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은 각각의 가족구성원들의 생활과 분리되어 있다. 일주일 동안 먹는 밥 21끼 중 가족들과 한 밥상에서, 엄마가 직접 해 주신 밥을 먹는 것은 현재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이 되어 버렸다.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빠서 가족의 사소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 현대 가족의 모습,『고령화 가족』도 그러한 삶을 살던 주인공들이 세상에서 실패 한 뒤 지낼 곳이 없어 홀어머니의 품으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가족 소설이다.
『고령화 가족』은 기존의 가족소설과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상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얘기하기 바쁘다. 서로 선물도 건네고 만찬을 즐긴다.’
이렇게 기존의 가족소설은 가족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가족애를 나타내며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화를 이야기의 중심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가족’에서는 그렇게 행복한 때가 지난 후부터 이야기가 서술된다. 이 행복한 시절을 영화라고 본다면, 마치 인생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 같이 말이다. 천명관, 『고령화 가족』, 문학동네(2010), p45.(이후에는 페이짿�만 표기)
그리고 기존의 가족소설은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물들이 어렸을 적부터 성장하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깨닫고 누구 한명이 죽어도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감동을 주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자신의 가족들이 살아왔던 과거를 자기가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령화 가족’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가족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심지어는 가족들의 과거왿� 그들을 잘 알지도 못했던, 인생의 중후반을 보내고 있는 인물들이 함께 살게 되면서 가족들의 참모습을 알게 되고 화해한다는 점에서 기존소설과 다르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나이든 주인공들을 배치하여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그리고 있는 것도 가족들이 생각하고 있었던 진심, 자신이 느끼던 가족들에 대한 진심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헤밍웨이 전집은 이 소설 전반에 거쳐 계속 등장한다. 헤밍웨이 소설의 주인공, 인물, 배경을 언급하며 인모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들의 처지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나타낸다. 상어, 청새치, 늙은 어부왿� 같이 헤밍웨이 소설의 등장인물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인생을 대비시키며 가족들의 삶을 나타낸다. 나중에 이는 인모의 내면에 잠식되어 있었던 판타지에 불과한 가족의 모습을 버리고 가족의 진심과 본모습을 받아드리는 계기로 확장되기도 한다. 즉, 헤밍웨이왿� 그의 작품은 소설 전반에 거쳐 인모가족의 내면과 가치관을 나타내고 가족의 성장에 참고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