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마존슨

필립 존슨은 72세에 AIA금메달을, 73세에 프리츠커상을 받으면서 잠시 화려한 은퇴의 길로 들어서는 듯하였으나 80세에 들어서면서 오하이오의 케이스웨스턴대학껓에 터닝포인트라는 이름의 다섯 조각군으로 이루어진 건축복합체를 설계하고, 글라스 하우스에 새로운 게이트하우스를, 베를린에 베를린 얼터너티브를 다시 오하이오에 루이스 게스트 하우스를 설계한다. 마드리드의 가장 중요한 가로인 카스텔라나 광장에 세운 예우로파는 그전까지 그의 모든 작품과 다른 노대가의 파격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필립 존슨은 지난 60여 년간 디자인과 글과 교육을 통해 20세기 미국 현대 건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적 원리왿� 완성된 형상을 제시했다. 처음 그를 시그램빌딩에서 보았을 때 장난꾸러기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 10년 뒤 그의 사무실에서 다시 보았을 때는 기억하기 힘든 내 이름을 철자 하나 틀리지 않게 ‘글라스 하우스’라는 이름의 책에 써주었다. 게이트 하우스 모형을 들고 설명하면서, 베니스 건축전 표��에 실린 스카이 빌리지를 기억하며 “30년 전에 스카이 빌리지를 그린 사람이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핀잔에 감동하고 자괴 하였다.
글라스 하우스를 방문하였을 때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 필립 존슨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일주일에 사흘은 글라스 하우스에서 다른 나흘은 맨해튼의 뮤지엄타워에서 산다. 글라스 하우스는 그가 세운 여러 건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선물이지만 그 자신을 위한 개인의 성이므로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갈 수 없는 곳이다. 스카이 빌리지 스케치를 보고 그가 초대해 준 것이다.
글라스 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면 경사진 초월 아래로 산혹 기슭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잘 가꾸어진 잔디 위로 아름다운 수목이 띄엄띄엄 보인다. 경사가 끝나는 곳에 입구 지역과 조화롭게 연이어진 마당이 있고 바로 건너에 유명한 글라스 하우스가 서 있다. 위대한 건축은 역사적 관점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선 건축 그 자체로서 아름다워야 한다. 글라스 하우스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경사진 푸른 잔디밭 너머 멀리 펼쳐진 들판과 인공연못 사이 그리 크지 않은 넓이의 대지 위에 인간과 자연과 역사의 깊은 교감이 아름다운 건축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부 공간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자연의 길이를 집 곳곳에 베어들게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누구나 낮과 밤, 하늘과 땅 사이의 교감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