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입문-리오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 서평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왿�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왿�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고등학생 때 접한 정희성 씨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나로 하여금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 시발점이었다. 왜 주인공은 한 평생 삽 자루를 쥐고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리고, ‘담배나 피’워야 했을까. 왜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시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는 시의 상징성에 대해서만 설명해주셨을 뿐,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자본주의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자본주의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내 기억의 뒤편으로 밀려나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려대에서 ‘진보적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제’라는 이름으로 세미나를 하는 것을 알게 됐고, 망설임 없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듣게된 우석균 연사의 ‘기업 세계화왿� 깊어지는 빈곤의 늪’은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게된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나에게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밝혀주는 직격탄이 되었다.

리오 휴버먼(Leo Huberman)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언론인, 학자뿐만 아니라 노동 운동가로도 활약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초등학껓 선생님 노릇을 하다가 로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시기 PM이라는 노동자 신문의 편집장으로서 노동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책은 미국에서 금서 조치를 받기도 했고, 그 시대를 풍미했던 매카시즘에 의해 공격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국선원노조의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1949년에는 폴 M 스위지왿�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보잡지인 <Monthly Review>를 창간하기도 했다. 그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자본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대개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참고하고 있으며, 각종 노동 단체에서도 교육을 할 때 그의 책을 교과서로 삼다시피 하고 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