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줿� <당신들의 천국> 독후감

처음 신께서는 인간을 지으시고 에덴 동산에서 살게 하셨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왿�는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한번도 행복과 반대되는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기를 범하고 에덴에서 쫓겨난 후에서야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현재의 고난임을 역시 알게되었다. 절대적 진리는 상대적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온전히 이해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유롭게 가치들을 비교하고 스스로 선택하게 되었다. 비로소 진정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청줿�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이처럼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위한 배반이 끊임없이 행해진다.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작품은 조백헌 병원장과 원생들의 반복되는 대립과 화해를 묘사한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온전히 획득하려는 환자들과,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해 주려는 병원장의 목표는 일견 동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측은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차이에 의하여 만족스러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러는 동안 조원장은 임기가 다하여 섬을 떠난다. 수년 후 개인의 자격으로 다시 섬에 돌아온 그는 더욱 깊이 있는 시각으로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뙤었고, 고정된 천국의 환상을 깨트리게 된다.
조원장이 섬과 인연을 맺으며 경험한 다양한 성질의 배반은 섬 사람들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배반은 크게 사회적과 인간적의 두 가지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인간적 차원의 배반은 다시 환자들 스스로의 열등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으로 나뉘어진다.

먼저 첫 번째 배반은 제도에 대한 배반이다. 원생들의 탈출 시도는 가장 뿌리깊고 표면적인 형식의 배반으로, 소설의 도입부를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가 된다. 첫 부임 선물로 탈출 사고를 겪게 된 조백헌 원장은 ‘문둥이들의 천국’이라는 섬의 실상에 눈을 뜨게 된다. 이상욱 보건과장의 설명을 통하여 그는 환자들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섬을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