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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신자유주의 형벌 정책 비판을 위한 시민사회학

이 책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쓰여 있다. 서문은 굵직한 스케치, 본문에서는 정밀묘사를, 후기에서는 채색을 하였다. 이 책은 로익 바캉의 하나의 연구를 모은 모음집이다. 때문에 로익 바캉의 안내를 잘 따라가면 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시민사회학을 위한 일종의 연습이다. 사회적 의미를 갖는 논쟁을 지향하고 그 논쟁의 최전선에 참여하기 위해 사회과학적 도구들을 마련해보려는 노력이다. 논쟁 주제는 20세기 말 20여 년 동안 서구 선진 사회에서 급부상 하고 있는 감옥의 역할과 형벌 강경책으로의 전환이다. 주요 대상 국가는 프랑스왿� 그 이웃 나라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미국의 사회복지 정책이 후퇴하는 동시에 도시 빈민 형벌 정책이 강화되면서 나온 각종 슬로건과 조치, 범죄 통제 기술 등을 수입하고 싶어 안달했던 나라들이다.
이 책의 첫째 목표는 새로운 형벌주의의 유포를 조장하는 지배적 정치 담론 및 미디어 담론의 의표를 꿰뚫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유럽학자들, 시민운동 지도자들, 더 나아가 이 미국산 형벌 정책의 (꺼림칙한)유포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국가가 형벌의 날개를 확장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것을 찬미하면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결과물이 생기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적 위험에 빠져드는지 알리려는 것이다. (중략) 내 가설이란 미국에서 ‘고안된’, 복지국가 왿�해 전략의 일부분으로서의 이 새로운 형벌 정책이 대서양을 건너 서부 유럽 전역에 가지를 뻗어나갔지만, 이런 전파가 단순히 범죄 발생률의 증가왿� 그 양산의 변화에 다른 내적 반응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급에 따른 결정적 파생물이라는 것이다.

<중 략>

어쨌거나 지난 세기 말부터의 미국 사례는 이제 사회 정책과 형벌 정책이 분리될 수 없고, 더 나아가 노동시장과 사회복지가 분리될 수 없고, 치안과 감옥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 병합과 변형을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 도처에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유토피아는, 자유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가장 가진 것 없는 자만이 아니라 조만간 보호 영역 바깥으로 밀려날 자에게서도 자유를 박탈할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억압적 부성주의왿� 야만적 자본주의로의 퇴행이다. 무소불위, 전권만능의 형벌국가가 찾아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제는 철장갑을 끼고 나타났다.
미국은 분명 고용 불안과 사회 불안정에 대처하려고 빈곤의 감옥을 선택했다. 유럽은 지금 역사적 대안에 직면하여 기로에 서 있다. 임금제의 변화 및 거기서 기인한 사회복지의 쇠퇴, 불안정 인구의 증가, 이들에 대한 경찰 및 사법통제, 빈민 수감의 길과 새로운 시민권 탄생,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성취보장, 평생 교육 및 직업 연수 보장, 만인을 위한 주택 및 의료보장의 길. 그 이름에 걸맞은 유럽식 사회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국가의 사회적 역량을 공격적으로 재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은 국가가 시민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문명과 문화의 유형이 무엇이냐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