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 조��

1. 머 릿 말
고려 말기의 신진 사대부들이 자기 역사에 대한 성찰과 현실 극복의 이념적 지표를 삼은 학문적 기반은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사회 개혁의 명분을 제공하였다.
조선 왕조의 개창이라는 역사적 변화에 대하여, 성리학을 공부하는 지식인들이 모두 찬동한 것은 아니었다. 즉, 개혁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역성혁명에 참여한 쪽과, 개혁에 소극적이면서 고려 왕조에 충성을 표시하는 의리왿� 명분을 주장하는 쪽의 대립이 있었다.
전자는 정도전을 중심으로 하는 혁명파 세력으로, 조선 왕조의 성립 이후 정치 구도를 세웠으며, 유교 국가 운영에 학문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후자는 정몽주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 세력으로, 조선 왕조의 건국을 반대하는 유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군신 간의 충성 관계를 강조하는 의리왿� 명분을 사회 안정의 기틀로 주장하였다.
이들은 정치적 입장에서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문 성향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정도전 계통의 유학자 관료들은 사장을 중시하였고, 정몽주 계통의 유학자들은 경학을 중시하였다.

< 중 략 >

4. 월천 조��의 주자학적 심학


1. 문제제기

월천은 퇴계의 수제자로 유명하다. 도산서원의 사당에 종향된 퇴계의 제자 중 유일한 학자이다. 따라서 그는 마치 공자의 제자 안연과 같은 위치로 비유된다.
월천이 이렇게 평가받는 까닭은 퇴계의 다른 제자들보다 못하지 않은 그의 학문뿐만 아니라 특히 그의 조행의 뛰어남 때문이다. 수양으로 다듬어진 그의 인격의 고매함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였다는 것이다. 그 고매한 정도는 그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가 정해지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월천의 조행이 뛰어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그의 학문의 성리학의 시각에서 닦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조행의 이면에는 그것을 가능케 한 성리 사상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성리학은 이상하게도 오늘날까지 전문적 수준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퇴계의 성리학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까지 널리 탐구되었고, 현재도 계속 탐구 중이며, 서애(1542~1707), 학봉(1538~1593)등과 같은 퇴계의 제자들의 학문은 글내에 속속 연구되고 있는데도, 월천의 학문 내지 사상이 연구된 예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뛰어난 조행을 뒷받침한 그의 성리학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