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의 『읿�교』 독후감 (사랑할 자격, 여체의 정의에 대해)

“나는 걔 섹시하던데. 갖고 싶던데.”

작중 이적요는 서지우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노골적으로 표면화 될 때의 일이다. 이제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감추고 있는 것도 없었다. 그것은 노인이 된 시인이 자신의 욕망을 사회의 시각을 대변하는 서지우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었고, 그것은 하나의 선전포고왿�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분명 작가는 사회일반의 시간, 그러니까 노인이 소녀의 여체에 대하여 육체적 욕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관념에 대하여 반기를 번쩍 들고 있었다.
사실 읿�교를 바라보는 이적요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다. 그것은 관능이다. 이적요는 읿�교에게서 관능미를 발견하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해 그는 자신을 반추할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충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분명 그는 자신의 어떤 감정은 수용하고 어떤 감정에 대해서는 정리를 단행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런 육체적 욕망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사실의 문제였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감추고 억누를수록 언제 터질지 모르는 종기 같은 것으로 변모해 가는 존재였다. 그것은 차라리 고백의 대상이었다. 일단은 인정을 하고나서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이즈음에서 나는 우리 사회일반이 그리고 나아가 인류가 여체, 그것도 특히 젊고 순결한 여체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관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생각하기에 나의 머릿속에서도 그것은 매우 소중한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영광의 대상이었다. 너무 소중해서 성스럽다고까지 여겨질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억누르기만 할 대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상황에서, 적당한 상대방에게 허용되어야만 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노인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은 생각의 주체가 여체를 취할 적당한 나이일수록 더하다. <노랑머리 사건>에서 이적요에게 독설을 내뱉는 인물의 나이가 그야말로 청춘인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을까. 청춘에게 있어서 순결한 여체를 넘보는 노인은 그야말로 적이다. 그가 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몫을 빼앗아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