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탁류를 읽고

1. 채만식의 생애
채만식이 태어난 해인 1902년은 조선의 운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일본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때이다. 그가 태어난 전북 옥구는 식민지의 모습뿐만 아니라 봉건적인 모순도 뿌리 깊은 곳이었다. 채만식은 당시 상당한 부농이었던 부친 채규섭과 모친 조쌍섭 사이의 6남 3녀 가운데 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채규섭은 조용하고 자상한 성품을 지녔으면서도 남다른 의지를 지녔던 사람으로 평생 끈질긴 집념으로 재산을 모았다. 그리고 모친도 부지런해서 살림을 꾸려 나갔고 자식들을 위해 극진한 정성을 쏟았다.
이러한 부모를 둔 채만식은 별 어려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또한 다섯 번째 아들이라고는 하나 그의 형제가 가운데 일찍이 죽은 이들이 있어 막내아들이나 다름없이 자랐다. 뒷날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도 숟가락을 닦아서 사용했다거나 애기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고 엉덩이 밑을 쓰다듬으며 먼지를 털고 몸매를 추스르는” 그의 결벽증도 모친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이렇게 결벽증이 심해서 주변에서는 그를 불란서 백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자란 곳은 유교적 전통이 강한 곳이어서 보통학껓 입학도 반대하던 분위기였는데 그의 부친은 상당히 개방적이었던 듯 1910년 채만식을 임피 보통학껓에 입학시킨다. 그는 보통학껓를 졸업한 뒤 서울의 중앙고등보통학껓를 유학하고 1922년 중앙고보를 마친 뒤엔 일본으로 건너가 왿�세다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축구부 센트 포드로 활약하는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지만 원래 체질이 튼튼한 편은 아니었다. 2학년 때인 1923년 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학껓를 중퇴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채만식은 자신이 뭣도 모르고 장가를 들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중앙고보를 다니던 중 집으로부터 내려오라는 편지를 받고 내려갔다가 갑작스레 결혼했던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신부는 그보다 1살 위인 고향 처녀 은홍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