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공동체 : 민��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서평

'민��'은 한국인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주는 단어다. 어릴 적부터 '반만 년 유구한 역사왿�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 '세계에서 가장 두뇌가 뛰어난 한민��' 같은 류의 말을 쉴 새 없이 들어왔고, 초등학껓에 입학할 때부터 고등학껓를 졸업하는 날까지 월요일 아침마다 태극기 앞에서 '조국과 민��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는 대중에게 왿� 닿지 못했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 대신 한민��이라는 말이 한국인을 하나로 묶었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을 단결시키는 마력을 지닌 '민��'이라는 개념, 그것을 이 책은 상상의 공동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상상의 공동체 : 민��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특히 원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한 역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친 번역체로 인해 가독성이 극히 떨어졌다. 하지만 문체를 제외하면 내용이나 작가가 근거로 제시한 역사적 사실 모두 흥미로웠다.
저자는 민��을 정의하면서 언어의 역할을 매우 강조하는 것 같다. 민��의식의 기원을 언급하면서 인쇄술을 말하고, 다른 장에서도 민��에 관해 이야기할 때 언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민��은 가장 작은 민��의 성원들도 대부분의 자기 동료들을 알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며 심지어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지만,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서로 친교의 이미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상된 것이다."라는 말은 민�� 개념에 있어서의 언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으로도 적합하다. 객관적으로 혈통에 의한 민�� 구분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국사교과서조차도 한쪽에서는 한민��이 단일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다른쪽에서는 한반도로 북방계왿� 남방계가 유입되었다는 모순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혈통이 아닌 문화적 배경으로 민��을 구분하자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는데, 문화에 의한 민��구분론을 따를 때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