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페미니즘 이론의 동향 (비판에서 건설로, 평등에서 자유로, 성에서 사회 정의로)

한국학계에서 서구 페미니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서구 페미니즘 이론을 체계적으로 분류, 분석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서구 학자의 기존 저서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하는데 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재거의 『여성해방론과 인간본성』, 로즈마리 통(Rosemarie Tong)의 『페미니즘 사상연구(Feminist Thought)』, 조세핀 도노번(Josephine Donovan) 『페미니즘 이론(Feminist Theory)』 등은 이러한 이유로 자주 인용되는 저서들이다. 이들 학자들은 자유주의/급진주의/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실존주의/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등으로 페미니즘 이론을 분류한다. 대부분의 여성학 교과서의 이론 부분은 이러한 분류의 기초로 해서 구성된다. 그러나 이론적 분류 틀을 넘어서 서구의 페미니즘 이론들이 최근까지 어떠한 발전과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동향에 관한 연구는 거의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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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성을 분석의 단위로 보고 여성의 관심, 경험, 문제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페미니즘 이론을 추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하여야 할 점은 집단으로써 여성은 같은 종류의 속성, 환경, 불이익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여성은 동질의 집단이 아니며 여성들 간에도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집단은 인종(race), 계층(class), 민족(ethnicity), 종교(religion) 등의 변수에 의해 제한되며, 하나의 범주로 묶어 분석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된다. 이러한 주장은 특히 1980년대 이후에 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들과 레즈비안들에 의해서 대두되었다. 흑인여성과 레즈비안 여성은 ‘여성’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추상적으로 예기하는 것에 비판적이였으며, 흑인여성과 레즈비안 여성의 억압은 성이라는 변수 이외에 다른 변수들, 즉 성과 인종, 성과 섹슈얼리티가 서로 맞물린(interlock)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Childers and hooks 1990; Spelman 1988; Calhoun 2003). 따라서 이들은 소위 ‘성’과 ‘인종’의 혹은 ‘성’과 ‘섹슈얼리티’의 “교차성(intersectionality)”을 페미니즘 분석의 중요한 틀로써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