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1. 황순원의 생애

1915년 3월 26일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에서 맏아들로 태어난 황순원은 평양의 종로소학껓를 거쳐 정주의 오산중학껓에 진학했으나 건강을 염려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평양 숭실중학껓로 전학한다. 16살이던 중학껓 2학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8살에는 주요한에 의해 모윤숙, 김해강 등과 더불어 신예 시인으로 잡지에 소개된다.
20살이던 1934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의 왿�세다 제2고등학원에 입학한다. 그해 그는 이해랑, 김동원 등과 극예술 연구단체인 동경학생예술좌를 창립하고 첫 시집 《방가》를 펴낸다. 이 시기 황순원의 시는 소박한 서정성이 돋보이나 문학청년다운 습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미숙함을 보인다. 이듬해 방학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온 황순원은 시집 《방가》를 동경에서 간행한 것이 총독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느냐는 트집을 잡혀 평양경찰서에서 20일간 구류당하기도 한다.
1935년 황순원은 중학껓 때부터 사귀던 숭의여학껓 문예반장 출신의 양정길과 결혼하고 서울에서 나오던 잡지 《삼사문학》의 동인이 된다. 다음해에는 왿�세다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고 제2시집 《골동품》을 펴내며 동경에서 나오던 잡지 《창작》의 동인이 되어 시왿� 소설을 발표한다. 이 시기 황순원의 시는 몇 줄로 구성된 짤막한 시로 주로 지적인 위트가 들어 있으나 말놀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중 략>

또한 황순원의 소설의 특징은 세계왿� 사회의 통로를 트지 않고 자신의 내적 세계에만 칩거하여 극단적인 주관성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그 주인공들은 낭만주의적이다. 그 낭만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여자왿�의 관계에서 수동적 역할을 맡는다. 황순원의 소설은 능동적인 여자왿� 그 여자 앞에서 자꾸만 떨고 술로 그 떨림을 달래는 여위고 병든 남자 사이의 사랑을 주로 다룬다. 황순원의 소설 주인공들이 낭만주의자라는 것은 그들의 현실 인식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인간의 극한 조건이 드러나거나 삶의 아픈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에 그들은 흔히 눈에 뭔가 낀 듯하다가 무엇이 앞을 가로막는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