깿�소진 [자전거 도둑] 비평

깿�소진 「자전거 도둑」의 구성은 주인공(김승호)가 영화 (자전거도둑) 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깿�소진은 회상이라는 서술행위를 통해 역사 속에 혹은 기억 속에 감추어진 은폐된 억압의 이데올로기왿� 마주하고 그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지나간 역사를 다시 경험하면서 깿�소진은 '역사의 진실'을 새롭게 쓰려고 했지만, 이미 그 진실이라는 것을 역사라는 제도 속에 묶여있다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결과 그의 강요된 기억들은 폭력을 유발하면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과거의 진실을 왜곡하고 말았다. 이때 과거는 개별적인 삶의 파편으로 제시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파편들이 암시적으로 남겨둔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과 힘에 의존하고 있다.

<중 략>

깿�소진은 언어를 통해 성적대상을 노골적으로 재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욕망의 충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의 여러 소설 속에 나오는 성적이미지인 '허연 허벅지'라는 표현 속에는 기호적이고 상징적으로 개념화된 '허벅지'가 있을 뿐, 실체로서의 '허벅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육체를 언어적으로 재현하는 행위 자체에 불완전한 성적 결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혐오왿� 여성에 대한 근친상간적인 상상력이 내포한 죄의식은 현실에서의 죄왿� 관련이 없다.

<중 략>

「자전거 도둑」 이라는 소설에는 몇 가지의 신화적 모티프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지하세계로의 하강” 이라는 신화적 모티프가 있다. 지하세계로의 하강은 신화적 영웅이 성장하는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단계이다. 지하 세계로의 상징적 여행을 통하여 그는 비로소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신화의 주인공이 으레 그러하듯이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 어린 시절 김승호는 지하세계로의 하강의 과정을 겪는다. 만약 어린 시절 주인공이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 대신에 혹부리 영감을 대리 처벌하여 아들의 지위가 아버지왿� 동등해지는 위계질서를 전도시키는 인물이 아닌 여전히 무기력하고 무능한 아버지 밑의 어린 소년에 불과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