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괿�매혈기 독서감상문

허삼괿� 매혈기. 이는 제목으로부터 알 수 있듯 ‘허삼괿�’이라는 한 남자가 ‘매혈’ 즉 피를 팔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설은 허삼괿�이 젊은 시절, 피를 팔아 큰 돈을 모아 그의 아내 ‘허옥란’을 만나 장가를 가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가 노인이 될 때까지도 큰 사건과 마주할 때 마다 피를 팔아 해결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는 그가 살아온 50년대, 60년대 허삼괿�을 비롯한 그 당시 힘들었던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이는 1950년대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 정책을, 그리고 1960년대에 일어난 ‘문화대혁명’을 반영한 것이다.그러나 이는 한 남자의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이야기가 아니었다. 일명 ‘꽈배기를 파는 서시’라 불리던 아름다운 여인 허옥란을 만나 아들 셋을 낳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닌, 불륜과 혼외자식이라는 한국형 아침 드라마 같은 소재가 첨가된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 있다. 웃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무엇인가 모르게 어딘가는 짠한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애매모호함이 이 허삼괿� 매혈기의 매력인 것이다.그 대표적인 장면은 허삼괿�이 피를 팔 때, 몸 속 피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무식할 정도로 많이 마시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피를 팔러가기 전, 오줌보가 터질 정도로 차가운 물을 7잔, 8잔 들이키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펼쳐지고,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서도 한결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우스운 것은 그런 바보 같은 허삼괿�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정말 ‘어쩌면 물을 많이 마시면 피는 묽어지지만, 그 양은 늘어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피의 양은 관계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반복된 이 웃긴 상황에 나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가슴이 찡한 이유는 아마도 그렇게라도 해야 피를 많이 팔 수 있다고 허삼괿� 스스로가 믿으며, 그렇게 판 35원이라는 큰 돈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집에 돌아가 가족들을 위해 쓰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