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사회민주주의의 아버지, 베른슈타인 : 그의 삶이 우리 진보정치에 시사하는 점

비운의 인물

19세기 혁명의 시대를 살다간 온화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넉넉한 성격만큼이나 그의 이론 역시 온화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피의 시대에 그의 온화함은 칭찬의 대상이기 보단,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를 향해 수많은 지식인들은 숱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사회개량이냐, 혁명이냐>에서 그의 사상을 “부르주아 속류 경제학”이라 했고,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그의 이론을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라고 폄하했다. 메링은 <라이프찌히 인민일보>를 통해 그를 “공상주의자”라 불렀고, 파르부스는 <작센 노동자신문>에서 “사회주의는 개혁을 통해 달성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 그는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이다.

베른슈타인, 그는 누구인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의 아버지는 쟈코프 베른슈타인이란 사람이다. 그는 배관공이었다가 후에 철도 기관사가 된 사람이었다. 베를린 중하층계급 거주지에서 태어난 베른슈타인은 꽤 똘똘한 학생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김나지움은 졸업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착한 소년 베른슈타인. 그는 16살부터 은행원으로 가족들을 위해 일했다.
그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사회민주노동자당 활동을 했다. 그가 처음부터 ‘수정주의적’ 주장을 했던 건 아니었다. 그 역시 훗날 견해를 바꾸기 전까지는 혁명을 꿈꾼다는 점에서 여느 사회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엥겔스의 <반뒤링론>을 읽으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고, 나중에는 엥겔스의 두터운 신임도 얻게 된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프로이센 정부는 각종 방법을 동원해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했다. 악명 높은 비스마르크의 ‘사회주의자 탄압법’도 발효되었다. 베른슈타인은 망명길에 올랐다. 스위스를 거쳐 런던에 도착한 그는 영국의 새로운 현실과 만나게 된다. 영국에는 최저 연령 및 최장 노동 시간을 규정한 공장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경찰이 파업을 파괴하지도 않았다. 독일과는 너무 다른 영국을 보면서 베른슈타인의 ‘지적 일탈’은 시작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