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세이] 보이지 않는 혹은 오직 보이기만 하는 이미지, 그리고 뒤틀려진 신화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아직도 제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과연 우리의 존재가 단순히 우리의 소비로써 정의되어질 수 있을까라는 발칙한 생각이 제 가치관을 뒤흔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를 다르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모든 것을 소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 정체감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것일까요? 그것은 너무 과도한 해석 같군요. 우리는 우리가 사는 상품들을 통해, 그 상품에 내제된 이미지를 흡수하고 그 이미지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감을 형성한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20대 젊은 여성이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 뒤, 목이 타서 마실 것을 찾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한국야쿠르트에서 나온 300원짜리 야쿠르트를 여러 개 사는 것입니다. 가격대비 용량이 가장 좋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1700원짜리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를 마실 겁니다. 이거에 대해서 그녀가 합리적인 소비자가 아니라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 이유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청순함과 젊음의 이미지를 야쿠르트로 훼손시키지 않으려 하고,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감과 자신감을 한껏 발산하려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왿� 연결하여 정체감를 형성하고 나아가 사회화까지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이미지의 구조를 훼손시키지 않고 유지하려고 하기 위해 한 제품의 소비를 유지시키고,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죠. 그래서 단골이라는 것도 어쩌면 자신의 정체감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서도 이러한 소비의 지속성을 알기에 이미지 향상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단순히 이미지가 아니라 성능이나 가격 등을 따져가며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무시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성격도 그 사람들의 정체감과 자아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