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베를린 천사의 시

1. 들어가며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는 나의 어릴 적 궁금해 하던 정체성의 대한 문제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천사 다미엘은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됐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꿈은 아닐까?’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은 던진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들은 내가 어렸을 적에 정말로 궁금해 했지만 누구에게도 질문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질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잃어버리고 살고 있던 나에게 다미엘은 다시금 그런 철학적인 질문들은 툭하니 던져놓았다. 이처럼 영화의 각 부분 부분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고 또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풀어내고 있는지 파헤쳐 보자.

2.1 로드무비의 1인자, 빔 밴더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영화의 감독인 빔 벤더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그는 1988년 1월 제17회 로테르담 필름 페스티벌에서 평론가들이 뽑은 미래 지향적 감독 중에서 당당히 1위로 평가되었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하던 의학과 철학공부를 중도에서 포기하고 67년부터 70년 사이 뮌헨TV, 영화 전문학껓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그 기간동안 잡지 "영화 비평"의 동인이 되었고 일간지에 영화 평을 싣기도 했다. 그러면서 독일 영화중흥의 기폭제가 된 청년 영화인들의 오버하우젠 선언 이후 자립적 제작, 배급, 시사 체제를 구성하고 있을 때 작가영화제작의 창단 멤버가 되었다. 75년에 그는 빔 벤더스 필름 프로덕션을 만들어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벤더스가 그리는 작품의 세계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떠나고 없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을 묘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자들이 떠나버린 남성, 확실성이 떠나버린 불확실성, 역사가 떠나버린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