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_성애의 폭력성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미묘하고 깊이 있는 작품관을 보여준 작가 로서 19세기 미국의 여러 모더니즘 시인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녀는 19세기 전반 미국의 유복한 청교도 집안에서 성장하였으나, 건강 문제로 대학 시절 자택 에 머무른 것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그녀는 연이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겪게 되는데, 특히 주변 사람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말년까지 철저한 은둔 생활을 고집하였다. 그녀의 사후, 그녀의 연인이었던 토마스 히긴슨(Thomas Higginson)은 그녀의 작품을 시집으로 편집하여 출판하였지만, 그녀가 철저한 고립 생활을 유지한 탓에 당대 평론가들이 그녀의 작품을 분석하기 에는 그녀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이나 활동에 대한 자료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20세기 페미니즘적 평론가들로부터 재평가 받기 이전까지 다소 온화하면서도 신비스러움 을 가장한 여성 시인으로만 격하되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뤄지는 에밀리 디킨슨은 결코 과거의 평가만큼 온유하기만 한 시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시는 매우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일부는 당대 남성 시인 들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는 당시 19세기의 주요 남성 시인들과는 차별화되는 몇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압축 성이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시어들은 그녀의 지적 능력과 노련함을 통해 극도로 절제되고 압축되어 다듬어진 것으로, 결벽에 가까운 이러한 함축적 시어들은 독자들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 하는 역할을 하여 결과적으로는 화자, 혹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시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