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경희> 해제 리포트

나혜석은 1896년에 용인 군수를 지낸 나기정의 딸로 태어났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진명 여자 학껓를 나온 뒤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여자 미술 학껓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1918년에는 서울의 정신 여학껓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며 단편 소설 《경희》왿� 《정순》 등을 발표했고, 1919년에는 3 · 1 운동에 참여해 수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20년에 변호사인 김우영과 결혼한 나혜석은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21년에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경성일보사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는 서울에서 열린 최초의 서양화 전시회였다. 이후 유럽 등지를 여행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그녀는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는 것과 시댁에서 살지 않겠다는 것 등을 결혼 조건으로 내세워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결혼 생활 중 다른 남자왿� 사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혼을 당하고 사회의 외면과 냉대 속에 살다가 1948년에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나혜석은 1934년에 ‘이혼 고백서’라는 글을 잡지에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그녀는 이 글에서 “조선 남자들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살면서 여성에게는 정조를 지키라고 요구한다.”며 “여자는 남자의 인형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으나 그녀의 자유 연애관은 보수적인 당시 사회에 거센 비난을 불러왔다.

…[평생 지금처럼 사랑해 줄 것,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 말 것, 시어머니왿� 전실 딸과는 별거하게 해줄 것, 최승구의 묘지에 비석을 세워줄 것]
그는 김우영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요구한다. 김우영의 주변에서는 이런 조건은 말이 안되는 조건이라며 결혼을 포기하라 하였으나 김우영은 주변의 권고를 듣지 않고 나혜석의 조건을 받아주었다. 그는 남편인 김우영에게 간략하고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대의 명문가문임에도 결혼식은 단촐하였다. 신혼여행지는 전 남자친구인 최승구의 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