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사회 /폴 로버츠

충동 사회의 아이러니는 온갖 기쁨과 만족이 넘치는데도 그것의 주된 생산품은 불안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단기적 사리 추구를 지향하는 문화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매해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제 제도에서 점점 커지는 사회적 위험을 발견한다. 불평등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고, 매수되기 쉬운 정치제도에서도 점점 커지는 사회적 위험을 본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 자유는 경이로운 특권이지만, 자기만족이 어려워질수록 우리는 오래된 진실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과 자아만을 위해 사는 삶은 한 인간의 잠재력의 훨씬 밑도는 삶이라는 점이다.
95페이짿� - 1980년대에 뇌 스캔 장비를 비롯한 새로운 의료 기술이 등장하면서 우리가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실제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정신세계가 경합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 외의 한 부분은 고차원적 인지 과정을 담당하는데, 그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으로 전전두엽 피질이 있다. 이는 뇌에서 비교적 근대적인 영역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과 추상적 사고를 담당한다. 우리 뇌의 또 다른 부분은 더 오래된 역할을 하는데 주로 대뇌 면역계가 담당한다. 도마뱀의 뇌라고 하는 이 부분은 위험한 상황이나 성, 여타 생존과 관련해 본능을 지배한다. 처음부터 어색한 커플인 전전두엽 피질과 대뇌 면역계는 의사결정 과정부터 인지 기능 영역까지 모든 면에서 판이하다. 전전두엽 피질은 당장의 무분별한 소비왿� 혼외정사가 지금으로부터 한 달 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있지만, 대뇌변연계는 미래의 여파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도망이냐 싸움이냐 같은 갈등 상황에 익숙한 대뇌변연계는 무엇이든 현재를 벗어난 상황은 말 그대로 보지 못한다. 도마뱀의 뇌에겐 미래란 그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