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비평론]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레포트

1. 들어가며

난감한 문제다. 스크린에서 3D 화면이 불쑥 튀어나오고, 길을 가다가 고개만 돌려도 멀티미디어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하고 묻는 것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하면 흔히들 독서라는 취미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대에는 취미라는 말도 좀 옹색하게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간 독서율(1년에 한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2011년 66.8%였다. 달리 말하면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한국 성인의 33.2%라는 말이 된다. 무려 1/3이다. 2000년대 한국 문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근대문학의 종언’을 굳이 알 필요가 없다 쳐도, 누군가는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제 책의 시대는 끝났는지도 몰라.’
그런데 이 시점에서 ‘책 읽기는 혁명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자세히 말하면 ‘책을 읽고 다시 쓰는 것, 문학이야 말로 혁명의 근원이다’라는 것이다. 책 읽기왿� 혁명이라니, 간디왿� 유혈사태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루터의 대혁명(종교개혁)은 성서를 ‘읽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근대 법·근대 정치 제도·근대 철학을 포함한 ‘근대’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연원인 중세 해석자 혁명 역시도 로마법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혁명의 이미지인 폭력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혁명에 선행하는 것은 언제나 텍스트이며, 텍스트를 다시 읽고 쓰는 것이 혁명의 근원이다. 이것이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말하고자 하는 골자다.

2. 읽는 것이 혁명이라고?

이 읽는 것을 말하기 전에, 혁명의 근원이라는 문학의 정의부터 사사키 아타루의 말을 따라 다시 정립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학은 시나 소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학의 원래 의미, 즉, 읽고 쓰는 기법 일반, 지금은 ‘리터러시literacy'가 맡고 있는 정의를 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