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간호학] '케빈에 대하여' 영화감상문

영화의 첫 장면에서 고요한 밤에 커튼이 창문에 휘날리는 모습을 차가운 파란색 필터를 씌워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고, 그다음 장면으로 바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토마토 축제를 즐기던 행복한 모험가 에바의 모습이 강렬하고 역동적인 빨간색 속에서 등장하지만, 현재 케빈 엄마로서의 상황과 오버랩되며 축제 속 사람들이 에바에게 심한 욕을 하자 꿈에서 깨어나 이웃들이 자신의 집과 자동차 앞 유리에 여기저기 뿌려놓고 간 빨간색 페인트를 체념한 표정으로 보는 이 장면이 매우 대비되어서 인상적이었다. 영화 초반에 나왿�서 처음 영화를 볼 땐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으나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장면을 붙여놓은 게 영화의 줄거리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파랗고 어두운 장면에서 이미 에바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에바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결말을 보여주었고, 이 파란색과 대비되는 빨간색이 주된 장면에 과거의 자유롭게 여행하던 축제 속의 행복한 에바왿� 현재의 케빈이 흘린 피의 죗값을 고스란히 대신 받고 살아가는 체념한 케빈 엄마의 모습을 담아 바로 이어서 보여주며 사건 전후 에바왿� 케빈 엄마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시켰으니 말이다.
아무리 자신이 낳은 아들이지만 케빈을 만나며 자신의 인생이 많이 바뀌게 되었으니 무의식 속에서는 케빈을 자신이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게 막는 짐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무조건 사랑해주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누구라도 자신이 꿈꿔왔던 인생을 망친 사람이라면 설령 그게 자기 아들이라고 해도 애정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에바는 갑자기 의도하지 않게 케빈을 임신하게 되며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던 자유왿� 여행, 그리고 ‘전설적인 모험가’라는 인정까지 받은 자신의 직업까지 포기하며 에바 본인만을 위한 인생을 제쳐놓고, 오직 케빈의 엄마로서 케빈을 잘 양육하는 데 최선을 다해보려 나름대로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