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내 소비행태에 대한 진화적 접근

소비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활동이다. 현대의 소비자는 전통적인 시장에서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에 걸쳐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용한다. 오늘날의 소비는 생존을 위한 필수재 외에도 특정한 목적과 기능을 갖는 기능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재는 단순한 쓰임새 외에도 특정한 의미왿� 기호가 함께 깃들어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백화점은 기능재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공간의 대표적 예시로, 의복을 포함한 고품질 제품뿐만 아니라 일상을 멈추고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백화점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처음 들어왿� 1980년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서양의 백화점과 비교해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리노베이션 주기가 3~5년 단위로 이루어짐을 고려할 때 사회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공간으로서의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
인간의 필수적 활동인 소비가 행해지는 ‘백화점’은 종으로서의 인간 행동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백화점은 물리적인 출입 제어가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이용 고객이 여성, 특히 전업주부에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고객층의 불균형은 인류 진화사에서 관찰되는 남녀의 주요 해결과제왿� 성적 전략의 차이왿�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이 새로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는 것도 사회적으로 주목해볼 만한 현상이다. 전통적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비를 가사노동의 주체인 여성의 영역, 생산을 남성의 영역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성 역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소비의 주체는 더 이상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그루밍족, 여미(Yummy: Young Urban Male의 줄임말)족, 노무(No more Uncle)족 등의 신조어 등장은 남성성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시대에 따른 소비 주체의 변화, 백화점 내 공간 변화에 관한 연구는 인류의 진화사적 행동 양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