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껓 정경렉처 레포트(P)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왿� 민주주의의 쇠락이 한국 사회에 유발한 공통된 폐해는 당연하고 명징한 상식의 붕괴를 유발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기조왿� 민주주의 체제의 날개 아래에서 한국은 웅대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미국의 강대한 해군이 보호하는 바다는 안정적인 물자 공급과 무역을 가능케 했으며 WTO로 대변되는 국제무역질서는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 전에 없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왿�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한국 사회의 양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근원적 의문점을 제기하는 중국의 암약,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영향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강박은 미국의 전략적 견제를 유발, 냉전 시절의 구태의연한 패권 다툼과 유사한 신냉전 시대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새로운 국제질서에 따른 힘의 균형의 변화는 총 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었던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일례로 반도체를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전략적 자산으로 치부한 미국은 반도체 법을 제정, 자국 내 생산과 중국으로의 수출 금지 등의 단서를 달며 반도체를 생산하는 동아시아 주요 국가,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에 압박을 가했다. 이는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의 비중이 20%에 달하며, 반도체 중 약 4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에 치명적인 조항이었으며, 경제적 요건을 고려하여 어느 한쪽을 편드는 대신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 외치던 모호한 외교적 습속에 철퇴를 가하였다. 또한 핵에 의한 평화가 유지되던 냉전과는 달리 양안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등 핵전쟁 가능성이 확대되며 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에, 안보적 위협은 자유무역 기조의 붕괴를 유발하였다는 사실과 함께 큰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