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독후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학껓에서 오랫동안 정치철학을 강의해 온 교수다. 그의 이름은 한때 익숙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특정 수업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커다란 관심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무거운 주제도 그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려고 고민하다가, 결국 스스로의 내면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수업 장소가 방대한 강의실이든 개인 서재든, 그가 던지는 물음들은 누구에게나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짧게 보면 자명한 문제로 느껴지는 것들도 샌델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여러 층위에서 고민할 수 있다.

책 제목은 '정의'라는 화두가 요약된 듯 보인다. 하지만 그의 글 속에는 정치철학, 윤리학, 도덕적 판단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지켜야 하는가. 공리주의왿� 개인의 자유,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가 서로 부딪히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그런 질문들을 한 번쯤 생각했는지 궁금해진다. 정의라는 말이 추상적으로만 들릴 수도 있지만, 샌델은 우리의 일상 속 사례를 들어 이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가 다루는 예시 중에는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을 때의 행동을 묻는 일화도 있고, 특정 집단에 부당한 차별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때로는 군중의 환호 속에서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의 가격 책정과 같은 경제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처음에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는 사건조차 윤리적 기준으로 다시 생각하면 다양한 시각이 떠오른다. 거기에서 독자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나?" 하고 자문하게 된다.

전통적인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한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만 치우치면 소수자가 짊어지는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소수의 희생을 기반으로 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이나 제도는 과연 괜찮은가. 또 한편으로는 개인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칸트적 입장도 존재한다. 그쪽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의 자유는 침해될 수 없는 성역에 가깝다. 반면 현실의 사회 구조 속에서는 여러 이유로 예외적 상황이 생긴다. 다수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샌델은 그런 고민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어떤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는 개인의 삶은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세금 문제나 복지 제도의 역할이 그렇다. 부유한 사람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논쟁이 반복된다. 샌델은 이 모든 사안이 딱 떨어지는 정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대신 다양한 목소리를 공정하게 듣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