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를 읽고.. (베르나르베르베르) 감상문

· 조선일보
· (예전에 베르나르베르베르의작품을 소재로 신문에 나온 기사입니다.)
· 만화적 상상력으로 뒤집어 본 세상 이야기
· 이 책은 만화적 상상력으로 인간세상을 뒤집어 본다. 소설집에 실린 18편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만약(if) 인간이 이렇게 된다면, 만약 세상이 저렇게 돌아간다면’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오물 덩어리가 파리 한복판에 떨어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왼손이 주인의 의지왿� 상관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다면? 루이 14세 시대로 시간여행 중 현대로 돌아올 길을 잃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 기발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베르베르가 노리는 것은 새로운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해주는 것이며, 여기에 동원되는 기법은 한풀 벗겨보기왿� 뒤집어 보기다. ‘투명 피부’는 생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문제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이야기다. 심장과 위, 간, 염통, 허파 등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체 모형이 되어 버린 과학자가 저자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가죽을 벗기고 난 후 드러난 인간의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는 외계인이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애완 인간’을 기르는 데 주의할 점을 안내문 형식으로 적었다. 야생 인간의 짝짓기편 코너에선, 인간 암컷이 수컷을 유인하는 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입술에 고래기름 같은 것을 바르고, 수컷은 새가 모이 주머니를 부풀리듯이 지갑에 돈을 잔뜩 집어넣어 두툼하게 만든다. 이들 애완 인간들의 가장 이상한 관습은 산소도 부족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지하철에 수천 명이 우글거리는 것이다.
·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왿� ‘천사들의 제국’에서 각각 개미왿� 천사의 상호보완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지극히 높거나, 아니면 지극히 낮은 곳에서 인간을 관찰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다. 작가는 이를 서문에서 ‘인류에 대한 외래적 시선’이라고 말했다.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이끌어 가던 이야기의 말미에 인간과 세상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베르베르는 “이 이야기들은 저마다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베르의 친구이자 만화가 뫼비우스가 한국어 판을 위해 그린 28점의 컬러 삽화가 실려있어 환상과 사색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 - 최홍렬 기자 (200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