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희곡작가 이윤택 론

이윤택은 오구라는 일상생활에 존재하고 있는 연극성을 발견해 재구성함으로서 한국 관객들의 가장 보편적인 심성을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일상적 삶의 짧은 순간에서 현세왿� 영원히 무한대로 확장되는 꿈 속의 풍경이 구체적인 시각과 효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오구'는 역사왿� 현재가 존재하는 공간과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우리들의 시간을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거리두기왿� 일상성, 혹은 연극적 환상을 나타내 준다. 연극이 바로 생활의 현상이요 현실속에 과거왿� 미래가 공존하는 한국인의 운명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소리 매김 한 가닥으로 기쁨과 서러움이 엇갈린다. 또 창호지 문을 사이에 두고 이승과 저승이 갈리며, 굿판에서 초상집으로, 저승사자왿� 과수댁의 정사가 죽은 어머니의 첫날밤으로 이어지며, 현존하는 저승사자가 상상속의 인물로, 죽음의 탄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오구' 의 연극적 상상력과 함께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염장면이나 초상집 장면은 각 지방의 독특한 죽음의 절차들을 직접 보면서 연구한 것들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닐 것이다. 다만 무대에 올려진 익숙한 생활이 새로울 뿐이다. 죽음을 그저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아닌 역동적인 싱싱한 난장판으로 표현한 '오구' 는 저승과 이승은 하나라는 동양의 일원론적인 생사관을 절묘하게 놀이극으로 신나게 표현한 일상적이지 않지만 일상적인 우리들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론에 근거를 둔 사실주의 연극에 반기를 둔 반 사실주의적 연극이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관객을 낯설게 하기라는 용어로 집약되는 이윤택의 오구는 한편의 만들어진 예술 행위임을 강조함으로써 연극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관객이 새로운 의식을 가지고 지적으로 연극에 반응하기를 유도하는 새로운 의미의 시도인 것이다. 이윤택은 죽음이라는 비극적 소재를 한국적 제의 굿으로 들어냄으로서 죽음의 비일상성, 비극성, 괴로움 등을 일상적, 회화적, 해학적으로 묘사하여 한국적인 `찬란한 비극' 의 미학을 보여주고자 했던 역설적으로 저항하는 굿 형식의 연극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