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물리학)

1. 들어가며

몇 년 전부터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물론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 양자역학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럴 리가 있다. 어쨌든 여태까지 읽어 본 양자역학 관련된 책은 제목부터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이란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만 본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도대체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제목이 양자역학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양자역학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용할 줄은 아는 무척 신비롭고 당혹스러운 학문”이라고 말했다. 양자론에 대한 개념을 선구적으로 제시했던 아인슈타인도, 20세기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아무도 양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양자 이론이 탄생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이 이론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마치 수수께끼 같은 양자 이론이 ‘세계의 실재’ 모습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그리고 양자 이론이 그려내는 현실 세계는 어떠한 모습인지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이 책의 원제인 'Helgoland'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 북해의 척박한 섬이라고 한다. 그는 홀로 밤하늘과 별을 배경으로 북해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수학을 도구로 양자론의 탄생을 알렸다. 이 이야기는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들, 그로 인한 혼란 그리고 오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의 실체, 양자론의 ‘관계론적’ 해석에까지 이른다.
유명한 전작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통해 처음 접한 그의 생각과 이론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그가 구사하는 문장은 정말 단순 명료하면서도 핵심만을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대가가 구사하는 그런 편안하면서도 생각을 자극하고 일깨워주는 가르침이 있는 글 같았다.

2. 이 책의 구성

총 8개 큰 타이틀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