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 독후감

마빈 해리스가 쓴 책을 펼치면 먼저 대담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문화란 그 사회의 정신적 가치나 관습이 서로 결합되어 형성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이 저술에서 제시된 관점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문화가 주변 환경이나 경제 상황 등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요소왿� 결합해 움직이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자칫하면 모든 사회 현상을 간단한 이익 계산으로만 이해하려 든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폭넓은 예시왿� 데이터를 활용하며 문화의 여러 면을 새롭게 조망하려 한다.

힌두교에서 암소를 대하는 태도는 책에서 상당히 빈번하게 언급되는 사례라고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왜 특정 종교가 소를 신성하게 여기면서도 때때로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듯 보이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냥 미신 같은 것으로 설명하면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보다 더 복잡한 맥락이 있다고 말한다. 농경 사회에서 소가 갖는 경제적 가치, 농사철의 수송 수단 혹은 논밭을 가꾸는 노동력, 그리고 기후나 땅의 상태 같은 부분이 결합하여 소가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고 본다. 종교적 신앙에서 소를 신성시하는 교리가 생긴 이유도 이런 배경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반드시 의식적으로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해 소를 숭배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화가 완전히 정신적 관념 속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 보면 과거 인간 집단이 어떤 생활 방식을 채택하게 된 계기가 환경적 요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예컨대 열대 우림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해온 부족이나, 극지방에서 물개를 사냥하는 주민들, 혹은 중동 지역에서 특정 종교적 금기를 따르는 공동체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 않던가. 각각의 사례는 무척 이질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리스는 그저 특수한 종교나 이상한 관습이라고 묘사하기보다는, 그러한 금기의 배후에서 보편적인 자원 분배나 생태적 조건 같은 요소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누군가는 그 해석을 지나치게 물질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책을 읽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상식에 새로운 관점을 보태주는 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