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현대사회왿�문학, 박성원

박성원의 『나를 훔쳐라』 등을 읽고
-자기상실의 현대인과 허구적 현실

90년대를 ‘자유왿� 소비의 시대 ’로 정의할 수 있듯, 1990년대부터의 사회는 80년대 이전과 비교하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과 일, 정해진 우리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이라는 가치를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87년 6월 이후로 생긴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끝으로 이제는 우리가 민주화의 물결 속에 살게 될 것이며 여기엔 깨뜨리기 쉽지 않은 자유에 대한 약속이 있다는 믿음.
그리고 사회는 정치보다 문화를 앞세우기 시작했다. 문화왿� 함께 디지털이 발전했고, 광고가 확산되었다. 미디어 속에서 자극적으로 표출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일상에 스며들었다. 2000년대에 이르면 본격적 소비사회의 면모가 드러나게 되는데, 광고왿� 미디어가 이 소비사회의 재생산에 큰 힘을 부여한다. 자유왿� 개인의 개성을 추구하게 된 사람들에게 광고 속의 달콤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는 매우 유혹적이었다. 광고는 이미지에 의존하고 시각에 호소하며 계속해서 사람들의 소비를 자극하였다. 자연히 열정과 욕망의 방향은 매우 사적, 주관적인 감각과 소비경험으로 향했다.
90년대는 늪이자 전환점이 되었다. 사회를 향해 발산하던 열정이 내면으로 향하고, 감각적인 것에 더욱 주목하게 되며, 새롭고 편리한 각종 기계 장치왿� 기술들이 개인의 감각을 위해 봉사하는 시대. 범람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사회는 객관을 잃어갔다. 김연수는 99년 쓴 글에서 ‘객관적인 현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개인의 감각이 이성의 자리를 대신’했으며 ‘현실이 존재함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 또한 김영하는 냉소적이면서 발랄한 어조로 ‘나는 90년대가 미치도록 좋다’ 고 고백함과 동시에 ‘서태지 오빠’, ‘압구정동’ 등 시대가 갖는 멋진 신세계의 요소를 나열했다. 90년대 이후부터의 풍경은 자본주의가 만든 향락, 그에 유혹당해 개성을 이미지로 소유하고 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냉소적이거나 우울증적으로, 혹은 정신병적 웃음으로 자신이 느낀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