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디��털 혁명

사실 ‘정뵖화’라는 말은 그 구체적인 의미가 모호함에도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정뵖화의 여러 추세 가운데 특히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한 인터넷 혁명과 그 충격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인터넷은 문자언어에 토대를 두고 과거를 연구해 온 전문 역사가들에게 새로운 변신을 강요한다. 최근의 정뵖화 추세에 스스로 적응하지 않는다면 역사학은 ‘사멸의 種’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뵖화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전 지구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연결망, 인터넷을 통한 정뵖의 공유왿� 확산, 의사소통의 쌍방향성,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 등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의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그들에 따르면, 인터넷은 사람들 사이의 수직적인 명령체계를 수평적인 쌍방향 체계로 바꾼다. 인터넷에서는 더 이상 권력의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모든 개인은 자유로운 주체이다. 거미가 자신의 방식대로 그물망을 짜듯이 사람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인터넷 연결망에서 그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방의 계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의 세계는 이러한 유토피아의 징후보다는 상업 싸이트왿� 전자상거래의 주무대로 변질하고 있다. 인터넷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현재 인터넷 싸이트의 80% 이상이 사람에게 무익한 쓰레기더미로 가득 차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인터넷을 맹신하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 집착함으로써 실재왿� 허구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더욱이 인터넷은 일종의 뉴미디어로서 이미지·영상·문자·소리 등을 통합하기 때문에 사실상 문자언어를 밀어낸다고 비판한다. 끊임없이 유동하고 변환하는 하이퍼텍스트에서는 문자언어 자체도 속도감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서 성찰과 깊은 사유는 사라진다. 경박하고 찰나적인 언어만이 인터넷을 가득 채운다. 문장 형식도 과거형 대신에 현재형이, 복문이나 중문보다는 단문이 주류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