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위대한 탱고를 읽고

Astor Piazzolla..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음악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 세계에 탱고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누에보 탱고’의 창시자인 그를 알기 위해 난 책을 읽기 전 우선 피아졸라의 음악(`Forever Piazzolla`)을 듣기 시작했다. 음악가의 음악을 몇 번 들어보지도 않고 음악가의 인생이 담겨 있는 책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고, 나 자신의 탱고 음악에 대한 귀가 그 당시까지 열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탱고음악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가 탱고음악에 거의 무지한 상태였기에 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 피아졸라가 전통적인 탱고음악과는 차별화된 탱고를 추구했기 때문에 ‘탱고계의 이단아로 몇몇 집단에 의해 손가락질 당했다’, ‘탱고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등의 말들, 즉 전통적인 탱고음악과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겨서 피아졸라외의 탱고음악도 접해 볼 필요성을 느끼고 다른 대표적인 탱고음악들도 접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중음악 속에 파묻혀 사는 그저 평범한 이공계 대학생이기에 이러한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였고 그 만큼의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내가 느끼는 피아졸라만의 탱고는 춤추는 탱고음악이 아닌 감상하는 탱고음악이라는 것이다. 전에 가끔씩 메스컴을 통해 탱고음악이 들릴 때면 곡보다는 남녀가 무도회장 안에서 남자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여자는 옆선이 깊게 파인 치마를 입고 격렬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피아졸라의 탱고는 달랐다. 위 앨범의 9번 트랙에 있는 obilvion(망각)이란 곡은 너무나 선율이 곱고 곡 분위기가 차분해서 내가 불면증에 시달렸을 때 즐겨 듣던 노르웨이 출신의 뉴에이지 그룹인 `secret garden`의 앨범을 듣고 있나 싶었을 정도로 기존에 생각했던 탱고의 음악적 색깔과는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피아졸라도 전통적인 탱고에 한계을 느끼고 더 진부적이고 고차원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책에 쓰여 있는 것처럼, 피아졸라외의 탱고음악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단조롭고, 흥겹고 서너 가지 이상의 악기들을 동시에 연주하는 곡들이 드물었는데 피아졸라의 탱고는 마치 클래식 오케스트라왿� 같이 수많은 악기들을 사용하며 극히 귀를 자극시키는 전통탱고왿�의 차별화를 꾀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피아졸라는 자신의 탱고음악에 전자기타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무도장에서나 추는 춤곡이 아닌 진정 예술미가 가미된 귀로 느끼는 탱고음악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