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감상문]춘향갿� 김세종제 후반부 완창을 듣고

이번 판소리 공연은 원미혜 소릿꾼의 김세종제 춘향갿� 후반부(십장가부터 끝까지) 완창이었다. 3시간의 길고 긴 여정이었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흘러가 버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원미혜 소릿꾼의 김세종제 <춘향갿�>, 즉 ‘보성소리’는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가운데 가장 인기있고 기품있는 소리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보성소리’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명창 정응민이 젊은 시절 여러 대가들에게 물려받은 고형의 판소리를 집대성하고 평생을 연마하여 이루어낸 소리를 총칭하는 말이다. 정응민은 큰아버지인 정재근에게 박유전제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등을, 김찬업에게 김세종제 춘향갿� 등을 배웠다. 정응민 명창의 수제자가 성우향이며 원미혜가 그 계보를 잊고 있는 셈이다. 성우향 춘향갿�의 주된 원류는 김세종이다. 즉, 성우향의 스승 정응민이 김세종의 제자 이동백, 김찬업에게 춘향갿�를 배웠는데 이는 아주 고형의 동편제라 할 수 있다. 보성소리는 음악적 구성이 치밀하고 사설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아니리가 깔끔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정응민은 목이 궂었으므로 다양한 붙임새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장단을 엇붙이는 잉어걸이, 완자걸이 등의 기묘한 장단 붙임이 쓰인다. 또한 혀자침, 세우목, 아구성 등의 성음이 자주 사용된다든지, 통성의 덜미소리로 소리를 들고 나가는 것 등이 보성소리의 특징이다.
<춘향갿�>는 남원 퇴기 월매의 딸인 성춘향이 남원 부사의 아들인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었으나 이별한 뒤에, 신임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에 갇히자, 암행어사가 된 몽룡이 구해 준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으로, 문학성으로나, 음악성으로나, 연극적인 짜임새로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서 가장 예술성이 높은 마당으로 꼽힌다. 판소리<춘향갿�>의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는, 한문으로 된 이야기책에서 따 온 것이라느니, 한글로 적힌 이야기책에서 따 온 것이라느니, 중국의 옛날 희곡인 원곡에서 따 온 것이라느니, 남원의 양 진사가 광대에게 행하 돈 대신으로 지어 준 것이라느니, 남원의 신임 사또가 못생긴 어떤 처녀의 원혼을 달래려고 마련한 살풀이굿에서 비롯되었다느니 말들이 많았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