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공��영의 <고등어>를 읽고..

도서관에서 80년대의 여성작가가 쓴 소설을 찾던중 <고등어>라는 조금은 특이한 제목으로 내 이목을 끌어들인 이 작품은 당장이라도 서점에 들어가 사오고 싶을만큼 내 기대를 200% 충족시켜 주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랑이야기로만 알고 책을 읽었지만 <고등어>는 헤어진 연인들이 지나온시대가 얼마나 격동의시간- 노동운동, 대학가의 데모가 전부이고 국정원이 안기부의 이름을달고 인간파괴를 서슴지않던 80년대 학생운동권들의 90년대, 그리고 그들이 돌아보는 80년대의 이야기었다.
은림, 명우, 건섭, 연숙, 은철.
이들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등장하는 운동권들이다.
그리고 현재에 등장하는 여경이라는...그림을 그리는 명우의 연인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결국은 모두 불행하다. 친구 은철의 여동생인 옛사랑 그리고 주인공 명우가 선택한 은림은 폐병으로 끝에 가서는 죽고, 은철은 정신병자가 되어 있고, 연숙은 명우에게 채인 현장출신 운동가.
"니들 때문에 망친 인생들이 하나 둘인줄 아니?
니들은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만이었던 걸,우린 희망을 걸었던 거야.
희망을 걸고 속고 버림받고, 알아?"
라고 따지며 이제는 서점을 차리려 하고, 은림의 남편 건섭은 감옥에 있다.
그리고 주인공 명우는 불행한 저들보다는 조금 더 일찍 발을 빼서 재벌의 자서전을 써주는 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오피스텔에서, 과거의 아픔도 상기하는 양심을 지니고서 비교적 고상하고 멋있게 살아가는, 그 생활에 어울리는 촉촉한 여자 여경과 가끔씩 안락한 관계를 하며 또한 아내가 맡은 아이에게 적당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 괜찮은 남자이다.
결국 은림과 명우의 사랑의 도피가 무로 돌아간 후 7년이 지난후 그들은 말한다.
"우린 어리석었던 걸까?"
명우왿� 은림의,그들의 못다한 사랑에 대한 회상으로만 이 말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장치가 있다. `..시절`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조직`에 대한 얘기. 결론적으로 그들의 회한은 사랑에 대해서가 아니라 운동을 선택했던 20대에 대한 후회였던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어디에도 취직을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은림에게 "그 나이까지 뭘 하고 살았니?"라고 물을 만큼 운동이라는 것은 도대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줘.." 라는 은림의 유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