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독후감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토토가 화장실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던 에피소드였다. 어린아이가 자기 키보다 더 큰 자루바가지로 분뇨를 퍼내고 있는 광경을 다른 보통 어른들이 봤다면 호통이나 야단부터 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질 잔소리들…….그런 것들 대신 고바야시 선생님은 큰일이 아니라는 듯, 슬쩍 한마디만 던져주고 지나가신다.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놓거라” 라는. 이는 참견하는 것이 귀찮아서도 아니고 토토가 하고 있는 일이 별일이 아니라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 한마디로써 토토로 하여금 자기가 벌인 일은 자기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일깨워 주었다. 고바야시 선생님은 토토처럼 누구보다도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에게 분뇨를 끝까지 파내도 지갑은 찾지 못할 테니까 그만 두라는 식의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절대적인 신뢰왿� 믿음이라는 것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힘든 것이다. 하물며 아직 미숙한 어린이를 절대적으로 믿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꾸짖고 (어른들의 기준으로) 바로 잡고 싶어도 꾹 참고 아이가 일을 제대로 해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또한 고바야시 선생님이라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은 어린이의 입장에서 참으로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 어른은 내가 이 일을 시작하였으니 충분히 끝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어디 한번 해볼까? 난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아이로 하여금 들게 하는 것은 앞서 말했던 칭찬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책임감을 갖게 한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하시는 설거지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 ‘내가 할래! 내가 할래!’하고 매달렸던 적이 있다. 거의 대부분 어머니께서는 ‘안돼 위험하기도 하고 네가 설거지를 하면 엄마가 다시 한번 해야 하거든’ 라고 거절하셨지만 가끔 주어지는 설거지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사실 내가 그릇을 깬 적은 꽤 많았다. 하지만 그건 다 자라고 나서 어머니의 억압(?)에 의해 억지로 설거지를 했을 때뿐이다! 만약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설거지를 마음대로 하게 두셨다면 어땠을까? 설거지란 귀찮은 집안일이라는 생각보다 내가 먹었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