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인생, 그 쓴맛을 책에서 맛보다.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박민규의 소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경쟁이란 단어를 빼놓고는 떠올릴 수 없는 우리네의 삶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인생의 쓴맛’을 가볍게 선사한다. 하지만 소설의 맨 처음이 ‘어린애인 나’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개 사회 구성원이 나서서 규정지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작가가 소설의 곳곳에서 제기하는 각각의 문제들은 그 나름의 가벼운 터치로 마무리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은 당신으로 하여금, 마치 미셸 푸코의 「감시왿� 처벌」을 갓 접한 한 고등학생이 사회의 이곳저곳 아픈 곳을 찌르긴 찌르는데 찌르기만 하고 어떤 연고를 발라줘야 하는지 모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가가 최소한 우리가 길을 가다가 벤치에 문득 앉아 곰곰이 생각해볼 만한 많은 문제들을 소설 속에서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생각 없이 산다.”는 말을 꽤 듣는 편이라면 기꺼이 이 책을 집어보자.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에게서 적어도 한번쯤은 들었을 법한 학창시절의 국민교육헌장 암기, 초등학껓 때 조회 시간마다 외웠던 국기에 대한 경례, 대학과 성공에 관한 문제, 프로의 정의, 소설 전체에 걸쳐 퍼져있는 공감할 만한 문구들 등 많은 이슈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평소 사회 전반에 걸쳐 불만이 있는 사람, 이런저런 생각들을 스스로 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매우 적합하다.
특히나 소설 속에서 작가는 ‘프로왿� 경쟁’의 문제를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룬다. ‘나’의 아버지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등학껓 동창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열렬히 응원하는, 분신과도 같은 프로야구 팀 삼미는 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울 만큼 수많은 패배를 기록한다. 함께 삼미를 응원했던 팬클럽 친구들은 그런 삼미를 점점 모두 외면하고, 그럴수록 ‘나’왿� 그의 친구 조성훈은 삼미를 더욱 끈질기게 응원한다. ‘나’는 성장하여 현실에 뛰어들고 명문대에 합격하여 댿�기업에 취직하지만, 구조조정으로 퇴직을 당하고 사랑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듯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경쟁과 패배의 쓴맛들은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이스크림가게에서 30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씩 맛보고, 마지막 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딱 아홉 숟갈 더 맛보는 느낌이랄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그런 느낌을 준다. 이 소설에는 어느 글에나 흔히 볼 수 있는 악역도, 천사소년소녀도, 안개빛 로망도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