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깿�인식 리덏쉽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직후 불붙은 <히딩크 리덏쉽> 열풍이 이제는 WBC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일본 등의 세계 강호들을 연이어 격침시키며 4강에 오른 깿�인식 감독에게로 옮겨 붙었다. 혹자는 이러한 열풍을 뜨거운 냄비 근성에 기인한 한국 사회의 또다른 신드롬 정도로 평가 절하하기도 하지만, 이번 야구 월드컵의 4강 신화의 중심에는 감독 깿�인식 이라는 인물이 있었음에 우리는 그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한다.

깿�인식 감독은 프로 야구 감독을 11년째 맡고 있는 베테랑 감독이다. 그간 쌍방울 레이더스, 두산 베어스를 거쳐 현재 한화 이글스에 이르기까지 그가 거쳐간 팀만해도 세 개 팀에 이른다. 그런데 그는 그가 감독으로 부임해 있는 시절마다 이전까지 약체로 분류되던 소속팀을 마술과도 같게 부활시켜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 더불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일궈낸 프로야구계의 마술사로 통한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성공 신화의 밑바탕에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그의 철학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말하는 “기다림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기다림의 미학 중 첫 번째는 바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가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깿�인식은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였다. 고등학껓를 졸업하고 실업야구에 진출한 그는 매우 빠른 강속구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데뷔 첫해 9승 2패라는 성적으로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영광은 잠시, 그는 이후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입어 그 능력을 채 꽃피우기도 전에 선수로서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는 자신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기다림의 미학”이 아마도 이 때쯤부터 몸에 배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 쓴 맛을 경험해 보고, 진정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왿� 본 자만이 성공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깿�인식 감독은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선수생활을 반납하면서 부상당한 자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감독이 되었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