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향수

18세기 파리.
화려한 궁정문화왿� 그 밑바닥에서 스며 나오는 욕망의 악취가 공존하는 도시 밑바닥 -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마음의 악취가 넘쳐나고 오물의 잔향이 굴러다니는 그 곳-에서 그르누이라는 희대의 천재이자 왕이 태어났다. 그르누이가 왕이라고 해서 베르사이유에서 태어나 많은 병사를 거느리고 귀족을 다스린 왕이 아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절대적인 지배자였고 사용자였다. 그가 아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전까지는 그가 지배자란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본인도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자신이 세상 모든 향기의 탐욕스러운 지배자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르누이 외에 사람들은 그가 왕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는 생선장수를 하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자마자 생선내장 사이에 버려진다. 그러나 주인공이 그리 쉽게 죽지는 않을 턱, 울음으로써 경찰에 발견된 그는 여러 차례 보모를 바꾸다가 결국은 수도원으로 보내져 또다시 다른 보모에게 의탁된다. 이것이 주인공 그르누이의 심상치 않은 탄생이고, 그의 쉽지 않은 인생의 역경과 고난을 보여주는 서막에 불과한 일이었다.
수도원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맡긴 보모는 몇 주후 찾아왿�, 젖을 악착같이 빨고 아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섬뜩하다며, 그르누이를 돌려주었다. 신부도 그르누이에게 냄새가 안 나고 이상한 기분까지 느끼게 되자 비용만 대면 어떤 아이도 맡아주는 보모에게 맡기게 된다. ‘사람에게서 냄새가 안 난다’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악취보다는 냄새가 안 나는 것이 더 낫을 수도 있겠지만, 무취는 왠지 ‘사람냄새’가 오히려 그리워 질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르누이가 ‘향수’를 만들려고 했던 것처럼.
이 보모는 후각을 상실했고, 돈만 알아서 그르누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때 작가는 그르누이를 ‘나무에 붙어 있는 진드기의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이 얼마나 근사한 표현인가? 혹 진드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보거나 만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르누이를 진드기라고 표현한 대목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적절한 표현을 생각했을까? 하고 나 홀로 극찬했다. 진드기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주로 동물의 등 같은 잘 닿지 않는 부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가만히 있다.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어떻게 보면 올라탄 동물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겐 피해를 주지 않는다. 흡혈 진드기 류 중에서도 사람이나 가축에 해로운 것은 약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